윤년은 4년마다가 아닙니다 — 2100년이 평년인 이유

딸깍에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1996 → 윤년
2000 → 윤년
1900 → 평년

2100 → ?

첫 줄만 보면 쉽습니다. 4로 나누어떨어지면 윤년. 1996은 4의 배수니 윤년이고, 2000도 4의 배수니 윤년입니다.

그런데 셋째 줄에서 무너집니다. 1900도 4의 배수인데 평년입니다. 그리고 답은 평년이에요.

학교에서 "4년마다 윤년"이라고 배운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정확히는 틀린 설명입니다. 왜 그런지 따라가 보면, 사람이 만든 달력이 지구의 공전을 쫓아가려고 애쓴 흔적이 그대로 보입니다.

1년은 365일이 아니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365.2422일입니다. 365일이 아니라 365일하고 약 5시간 49분이 더 걸립니다.

이 나머지를 그냥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해마다 0.2422일씩 달력이 앞서 나갑니다. 4년이면 약 하루, 100년이면 약 24일. 몇백 년만 지나면 달력의 여름에 눈이 내립니다.

그래서 4년에 한 번 하루를 끼워 넣습니다. 0.2422 × 4 = 0.9688 — 거의 하루죠. 이것이 2월 29일이고, 율리우스력이 기원전 45년부터 쓰던 방식입니다.

그런데 하루를 너무 많이 넣었다

여기서 오차가 다시 생깁니다. 4년마다 하루를 넣는다는 것은 1년을 365.25일로 친다는 뜻인데, 실제는 365.2422일이거든요.

넣은 값   365.25
실제      365.2422
차이        0.0078일/년

1년에 0.0078일. 하찮아 보이지만 128년이면 하루가 됩니다. 그리고 율리우스력은 1,600년 넘게 쓰였습니다.

16세기에 이르자 달력이 실제 계절보다 열흘이나 앞서 있었습니다. 부활절을 정하는 기준인 춘분이 3월 21일이 아니라 3월 11일에 오고 있었죠. 교회로서는 곤란한 일이었습니다.

100과 400이라는 예외

1582년, 그레고리오 13세는 두 가지를 결정합니다.

첫째, 밀린 열흘을 그냥 건너뜁니다. 1582년 10월 4일 목요일 다음 날이 10월 15일 금요일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의 열흘은 역사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요일은 끊기지 않게 이어 붙였고요.

둘째, 앞으로 오차가 쌓이지 않도록 규칙에 예외를 답니다.

4의 배수      → 윤년
  단, 100의 배수  → 평년
  단, 400의 배수  → 윤년

이 세 줄이면 1900년과 2100년이 왜 평년인지가 풀립니다. 둘 다 100의 배수인데 400으로는 나누어떨어지지 않거든요. 반면 2000년은 400의 배수라 예외의 예외가 되어 윤년이었습니다.

2000년을 겪은 사람은 "4의 배수면 윤년"이라는 규칙이 한 번도 깨지는 걸 못 봤습니다. 다음에 깨지는 해가 2100년이니까요. 규칙이 틀렸다는 걸 알아챌 기회가 살아서는 오지 않는 셈입니다.

얼마나 정확해졌나

400년 동안 윤년이 몇 번인지 세어 보겠습니다.

4의 배수     400 ÷ 4   = 100번
100의 배수를 뺌  −4번
400의 배수를 더함 +1번
                 97번

400년에 윤년이 97번. 그러면 400년의 총 일수는 400 × 365 + 97 = 146,097일입니다. 이를 400으로 나누면 한 해 평균 365.2425일이에요.

실제 값 365.2422일과의 차이는 0.0003일입니다. 하루가 어긋나려면 약 3,300년이 걸립니다. 율리우스력의 128년에서 3,300년으로 늘어난 거죠.

완전히 맞아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공전 주기가 딱 떨어지는 분수가 아니니 어떤 규칙으로도 완벽할 수 없어요. 다만 사람의 일생보다 훨씬 긴 주기로 밀어냈을 뿐입니다.

2월 29일에 태어나면

딸깍에 이런 문제도 있습니다.

2024년 2월 29일에 태어난 아기가
만 20살이 될 때까지
진짜 생일이 오는 해는 몇 번일까?

2028, 2032, 2036, 2040, 2044 — 다섯 번입니다. 20년을 살면서 진짜 생일은 다섯 번만 옵니다.

이 아이가 2100년 근처까지 산다면 더 이상한 일을 겪습니다. 2096년 다음 윤년은 2100년이 아니라 2104년이거든요. 평생 4년마다 오던 생일이 딱 한 번 8년 만에 옵니다.

달력은 계산의 결과다

윤년 규칙이 복잡한 이유는 지구가 우리 편의를 봐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전 주기가 365일 정각이었다면 달력은 한 줄이면 끝났을 겁니다.

0.2422라는 어중간한 나머지를 어떻게든 담아내려고 4년, 100년, 400년이라는 세 겹의 규칙이 생겼고, 그 대가로 우리는 2100년이 평년이라는 사실을 외우지 않으면 틀리게 되었습니다.

딸깍의 달력 문제들이 노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요일도 윤년도 세기도, 외워서 아는 게 아니라 세어 보면 나옵니다. 며칠이 지났는지, 7로 나눈 나머지가 얼마인지, 4와 100과 400 중 어디에 걸리는지 — 그것만 따지면 달력을 펴지 않고도 답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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